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영국계 은행 HSBC가 중국 정부의 홍콩 탄압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 "HSBC는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린다"고 맹비난한지 약 세달만이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HSBC가 탄압받는 홍콩인들의 계좌 이용을 막는 반면, 홍콩의 자유를 저해해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이들에겐 계속해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HSBC가 홍콩 반중국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 등와 빈과일보 관계자들의 신용카드와 개인 은행계좌 접근을 막았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미 라이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가 지난 11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즉 HSBC는 홍콩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계좌는 폐쇄하면서, 홍콩의 자유를 막는 이들의 계좌는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7일 람 행정장관, 크리스 탕 홍콩 경무처장을 비롯한 홍콩 전·현직 관료와 중국 본토 관료 등 11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한 데에 대한 맞수였다. 미국의 제재에 따라 람 행정장관 등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됐고, 미국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이들과 거래하는 것도 금지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월엔 HSBC가 홍콩 보안법을 공개 지지한 일을 두고 “HSBC가 아무리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을 보인다해도 중국 정부는 HSBC를 별로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중국 공산당은 기업에 강압적인 협박 전술을 쓰고 있다”며 “자유국가라면 기업이 정치적인 비굴 행위를 하도록 압박할 게 아니라 진정한 우정을 통해 상호 번영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HSBC 본사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HSBC는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매출의 절반 이상이 홍콩에서, 13%는 중국 본토에서 나온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