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에 전 세계 집값 고공행진…韓은 중하위권 왜?

입력 2020-08-12 07:38
수정 2020-08-12 07:40


전 세계 집값이 들썩이면서 역대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 정책을 쓰면서 막대한 돈이 시중에 풀리면서다. 이 가운데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중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실질주택가격 지수(Global Real House Price Index)는 167로 해당 지수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IMF는 2000년 2분기를 기준(100)으로 물가 상승을 반영한 세계 63개국의 집값을 단순 평균한 해당 지수를 분기마다 산출하고 있다.

지수는 2008년 1분기 160까지 상승했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1년 4분기~2012년 3분기에 144까지 하락했다. 이후 2017년 2분기(160)에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뒤 꾸준히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의 세계 집값 상승은 저금리 기조와 통화완화 정책으로 풀려난 글로벌 유동성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해 7월 말 10년여 만의 첫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작년 하반기에만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로 내리고 돈을 풀면서 각국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 63개국 중 45개국의 집값이 오른 가운데 한국 집값 상승률은 1.1%로 중간보다 낮은 37위에 그쳤다. 이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만 보면 한국 집값 상승률은 26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63개국 중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국가는 필리핀(20.0%)이었고 포르투갈(10.5%), 라트비아(10.4%)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또 독일(3.4%), 프랑스(2.3%), 중국(2.3%), 미국(1.6%) 등 주요국을 비롯해 싱가포르(1.6%), 대만(1.4%) 등도 한국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일본(1.0%), 이탈리아(0.1%), 영국(-0.6%), 홍콩(-4.4%), 호주(-5.3%) 등은 한국보다 낮았다.

다만 IMF가 제시한 한국 집값 상승률은 국내에서 체감되는 가파른 아파트 가격 상승 추세와는 거리가 있다. '평균' 통계의 착시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IMF 수치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하고, 가격이 많이 오른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오른 빌라 등 모든 유형의 주택까지 포함한다"며 "물가 상승률까지 반영된 것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IMF가 2010년을 기준(100)으로 집계한 OECD 소속 32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도 한국(90.56)은 이탈리아(90.36)에 이어 소득에 비해 집값이 2번째로 덜 오른 국가로 나타났다.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2010년=100)도 한국(99.65)은 해당 수치가 있는 39개국 중 33위에 그쳐 임대료 대비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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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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