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의 후원을 받고 있는 해커 집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정보를 해킹하고 있다는 서방 국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전세계 정부가 코로나 백신 개발을 적극 지원하며 ‘백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 탈취를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 캐나다 통신보안기구는 코로나 백신 연구 및 개발과 관련된 정부 부처, 기업, 대학 등을 해킹하려는 집단의 존재를 인지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해커 집단은 ‘코지 베어’(Cozy Bear) 또는 ‘APT29’로 불리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 정부가 배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단은 과거에도 미 백악관, 미 국무부, 유럽 정부 등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NSA 등은 “코로나 백신과 관련한 지식재산권을 훔치기 위한 공격”이라며 “코로나 백신의 개발 및 임상시험과 관련된 정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해커 집단의 사이버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지금까지 정보를 어느 정도 확보해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기관을 공격한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 백신 개발 및 백신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며 치열한 ‘백신 경쟁’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에게 코로나 백신과 관련된 정보의 가치는 매우 높아졌고, 러시아 정부가 해커 집단을 동원해 사이버 공격에 나서게 된 주된 이유가 됐다. 애덤 시프 미 하원의원은 “러시아의 허술한 코로나19 대응이 푸틴 대통령에게 악재가 됐다”며 “푸틴 대통령의 행동이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이 의혹을 부인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말까지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후보물질의 임상3상을 다음달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후보물질의 기존 임상 결과는 공개되지 않아 과연 실제 활용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