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1월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잠정 정지한 이후 양국 간 논의가 진전되지 않은 데다, 일본 정부의 문제해결 의지도 안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코로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굳이 일본과의 갈등을 다시 부추기는 게 무슨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 입장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일본이 수출규제 이유로 제기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 및 인력의 불충분 문제 등은 해소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일본 수출규제의 주요 배경이라는 해석이고 보면 그렇게 간단히 풀릴 문제가 아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일 갈등의 재연 가능성이다. 지난해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거래처 다변화, 재고 확보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막아냈다. 건별로 개별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다행히 수입량도 늘고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국산화 성과가 나타나면서 한국으로 소재를 수출하던 일본 기업들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겨우 한숨을 돌렸다고 생각하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정부의 WTO 제소 절차 재개로 자칫 한·일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게 아닌지 불안해할 것이다.
정부의 WTO 제소 절차 재개가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WTO가 사실상 기능을 멈춘 상태인 데다 언제 최종 결과가 나올지 기약이 없다. 설사 승소한다고 해도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한다는 보장도 없다.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기업들은 한·일 양국이 수출규제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길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