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자국 부호들에게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발사업을 대거 벌여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업인들은 별 반응이 없는 분위기라는 보도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정부 요구에 따라 대규모 사업을 벌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최근 자국 내 부유층 20명에게 서한을 보내 코로나19 타격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기를 넣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짠오차 총리가 지난달 중순 발표한 경제활성화 방안의 일환이다. 당시 짠오차 총리는 부호들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피해를 막는 것은 시민의 의무”라며 “기업이 단순히 기부하라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성화를 도와달라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짠오차 총리는 서한에서 “각자 가진 돈과 기업조직 등을 활용해 전국 각지에 걸쳐 개발 사업 등 각종 프로젝트를 벌여달라”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선 “사유재산을 존중하지 않는 조치”라는 의견과 “정부 지원을 입고 큰 기업들이 당연히 질 의무”라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단 지금까지 기업가들의 반응은 미미하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개발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대신 일시적인 지원 조치를 약속한게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태국 최대 유통기업을 산하에 두고 있는 센트럴그룹은 영업용 매장 공간 일부를 지원하고 직원 7만4000명의 고용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돕겠다고 했다. 태국 재계 1위 CP그룹 등 다른 기업들은 마스크나 식량 지원을 위해 1억1000만 달러(약 1350억원) 가량을 지원하겠다고 약정했다.
한 금융기업 설립자는 대출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민들이 고리대금업으로 몰리는 일을 피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기업이 현재 투자를 대규모로 벌일 만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태국 상공회의소 대학(UTCC) 총장인 타나밧 폰비차이 경제학 교수는 “기업들의 투자 결정은 경제적 필요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라고 말했다.
태국 중앙은행은 올해 태국 경제가 1990년대 이후 가장 많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경제난이 심화되던 중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영향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태국에선 2015~2018년 빈곤층 인구가 38% 증가해 67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월엔 태국개발연구소가 “태국은 이제 ‘만성적 빈곤층’이 상당수 늘어난 상태”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태국 경제는 일부 대기업 가문 등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CP그룹을 창업한 치아라와논드 가문, 센트럴그룹의 치라티바트 가문, 레드불 에너지드링크를 창업한 유비디야스 가문 등 세 가문이 태국 연내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차지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10곳이 미국 GDP의 3% 비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태국 명망가가 차지하는 국부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