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보건기구(WHO)에 팬데믹(대유행) 선언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세계가 코로나19에 대처할 시간이 허비됐다는 것이다. WHO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독일 시사주간이 슈피겔은 독일연방정보국(BND)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이 같은 첩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월 21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 관련 정보를 통제하고 팬데믹 등의 경고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건 코로나19 확산이 70여일 지난 3월 11일이다. 당시 이미 세계 110여개 국가에서 12만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 등에서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한 시기이기도 하다.
WHO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와 관련해 팬데믹을 선포한 건 전세계 3만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시점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이 상당히 늦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BND는 관련 첩보 문건에서 "중국의 은폐식 정보정책 때문에 전세계가 코로나19에 대응할 시간을 4~6주가량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친중파'인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그동안 시 주석과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해왔다. 그는 "중국이 우한을 봉쇄한 덕분에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중국을 옹호하기도 했다.
WHO는 시 주석이 팬데믹 선언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는 슈피겔의 보도에 대해 즉각 해명했다. WHO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당시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과 시 주석은 전화 통화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부정확한 보도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위한 세계의 노력에 방해가 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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