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같은 뇌질환은 조기에 발견하는 게 치료의 핵심입니다. 기존 진단법의 10분 1에 불과한 비용으로도 치매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이미 해외서 판매 중입니다.”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는 “올해 안에 국내서도 치매 진단키트를 판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피플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매 여부를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세계 최초로 보건당국에서 허가 받은 바이오기업이다. 지난달 14일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상장예비심사도 청구했다. 국내서도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기술을 통해 매출을 늘리겠다는 게 강 대표의 올해 목표다.
◆"혈액으로 10분의 1 가격에 진단"
2002년 피플바이오를 세운 강 대표는 줄곧 뇌질환 연구에 몰두했다. 설립 초기 광우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인 프리온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광우병이 수그러들면서 광우병 진단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다른 시장을 찾아야했다. 강 대표는 단백질 검출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뇌질환으로 눈을 돌렸다. 강 대표는 “치매 진단 기술에 이어 파킨슨병 진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며 “파킨슨병 진단키트는 올해 안에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츠하이머 치매 등 뇌질환을 진단하는 데는 뇌에서 유래한 단백질들의 종류별 변화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뇌에서 나오는 단백질을 검출하기 위해선 뇌척수액을 추출해야 한다. 하지만 척추에 바늘을 찔러 추출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거부감이 크다. 뇌 영상 촬영을 통한 진단도 가능하지만 검사 비용이 120만~180만원으로 비싸다. 치매 초기 환자들이 비용 부담으로 진단을 미루다가 증세가 심각해지고서야 병원을 찾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피플바이오는 뇌척수액이 아닌 혈액에서 뇌 유래 단백질을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경우 뇌에서 나온 단백질이 뭉쳐 있는 형태인 ‘올리고머 단백질’이 다량 검출된다. 하지만 혈액에는 올리고머 단백질이 극소량만 있는 탓에 기존 기술로는 진단이 쉽지 않았다.
피플바이오는 혈액 내 다른 단백질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올리고머 단백질을 선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3일이면 진단 결과가 나온다. 정확도는 90% 수준이다. 강 대표는 “10만원대 가격으로 혈액 검사를 통한 진단이 가능하다”며 “비용과 진단 방식 모두 기존 방식보다 개선돼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치료제 나오면 시장 더 커질 것"
피플바이오는 연내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4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2018년 기술성평가에서 고배를 마셨던 이 회사는 지난해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강 대표는 “성장성 특례는 고려하지 않았다”며 “기술력을 인정 받는 방식으로 상장에 재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매출도 나오고 있다. 피플바이오는 지난해부터 필리핀 대형 종합병원에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키트를 공급하며 실적을 쌓고 있다. 강 대표는 “임상을 진행하거나 실제 판매에 들어간 국가가 이미 10개국”이라며 “국내서도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씨젠, 랩지노믹스와 판매 협약을 맺었다”고 했다.
세계 치매 진단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 중 200만명이 치매 발병 여부를 진단 받고 세계 치매 환자가 45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강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치매 치료 후보물질이 100개 이상 등록돼 있을 정도로 여러 업체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며 “치료제가 나오면 진단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