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글로벌 車 수요 위축, 완성차 보다 부품 업체에 치명적"

입력 2020-04-23 11:16
수정 2020-04-23 11:18
≪이 기사는 04월23일(10:2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 침체가 완성차보다 부품 업체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정기 평가 기간인 다음달 이후 부품 업체들의 신용등급이 집중적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23일 코로나19가 완성차와 부품 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이같이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당초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년 대비 0.4%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전년 대비 16.9% 감소할 것이라고 조정했다. 올 3분기 이후 점진적인 회복이 이뤄지더라도 올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전년 대비 17%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완성차 대비 재무여력이 뒤처지는 부품 업체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생산공장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이 지속되고 있는 미국·유럽 시장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은 부품 업체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는 다음달부터 본격화하는 정기 평가 기간에 한온시스템과 만도의 신용등급을 집중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한온시스템과 만도의 신용등급은 각각 AA, AA-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한온시스템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포드를 주요 거래처로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유럽 완성차 업체로 매출처를 다각화했다. 지난해 기준 유럽·미국 매출 비중이 50%를 웃돌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해외공장 대부분은 지난 3월 말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차 부품 관련 설비 증설을 진행하던 상황이다. 올해 매출 축소와 가동률 하락, 고정비 부담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배경이다.



만도는 유럽·미국 지역 매출 비중이 20% 안팎이다. 최근 수년간 수익성은 정체했는데 투자 부담이 늘어 지난해 말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은 2.9배에 달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 지표가 3배에 이르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상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업체 역시 해외 매출 비중이 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단기적인 실적 악화 폭이 클 것이라고 예상됐다.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등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 3사는 미국·유럽 지역 매출 비중이 20% 미만이라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 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투자등급 이상 부품 업체는 단기적인 매출 축소에 따른 유동성 위축에 대응할 여력이 있다"면서도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면 완성차 업체에 비해 유동성 압박이 더 빠르고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용도가 낮은 투기등급 이하 부품 업체에 대해선 유동성 현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는 코로나19로 판매가 위축되겠지만 신용도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각각 올해 전년 대비 6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줄겠지만 재무구조를 크게 악화시키진 않을 것이란 게 한국신용평가의 판단이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은 각각 AA+, AA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