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4월 11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그랜드호텔에 테너 성악가 엔리코 카루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 ‘별은 빛나건만’ 등 10곡의 아리아 곡은 카루소 목을 통해 두 시간 동안 흘러나왔다. 세계 최초의 음반이 제작되는 현장이었다.
카루소는 1873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났다. 카루소가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그라모폰용 판에 노래를 녹음하면서다. 카루소가 음악을 녹음하기 이전에도 에디슨이 1877년 발명한 축전기를 통해 녹음은 가능했다. 그라모폰 판 녹음이 축전기보다 음질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라모폰 판은 대량생산에 용이했다.
카루소의 목소리가 녹음된 음반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카루소가 녹음하면서 제작사로부터 받은 돈은 100파운드. 제작사는 카루소의 음반으로 1만5000파운드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카루소가 1907년에 녹음한 ‘베스티 라 주바(의상을 입어라)’는 100만 장 넘게 팔린 첫 음반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카루소의 당시 음반 음질은 크게 떨어진다. 카루소는 1921년 4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