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현금이 사라지게 되면 무엇이 주요 지급결제 수단이 될까. 온라인 송금과 신용카드 등이 현금을 대체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 중에선 ‘디지털 화폐’가 현금을 대체할 것으로 꼽는 이가 많다.
디지털 화폐는 가상화폐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같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 및 보증하는 전자화폐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국가가 책임지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을 조절할 수도 있어 지금의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
각국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디지털 화폐 개발 및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먼저 디지털 화폐 생태계에 ‘깃발 꽂기’를 준비한 곳은 중국.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2014년 디지털 화폐 연구를 시작했다. 이르면 올해 디지털 화폐를 선보일 예정이다. 황치판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인민은행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캐나다 싱가포르 태국 등은 거액결제용(기업 간) 디지털 화폐 시범사업을, 우루과이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은 소액결제용(개인 소매용) 디지털 화폐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 발행 계획이 없다고 했던 미국도 최근 전략을 바꿨다. 우선 연구와 함께 비용 테스트 등을 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발행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한국은행도 내년 시험 가동을 목표로 발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계 각국의 발걸음이 바빠진 것은 코로나 사태가 큰 계기가 됐다. 현금 사용이 급격히 줄고 온라인 결제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화폐의 가능성에 기대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민간에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다시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가 이어지고 각국이 디지털 화폐 보급을 앞당길수록 달러의 위상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재테크 분야 글로벌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최근 트위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 중앙은행(Fed)은 4조5000억달러를 찍어냈고, 올해도 경제를 구한다며 6조~8조달러를 찍어낼 것”이라며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진짜 가치가 있는 비트코인에 장기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은 9일 880만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지난달 중순 58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50% 이상 올랐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