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촉발시킨 9경의 기업 부채 '폭탄'

입력 2020-04-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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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외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각국이 앞다퉈 불확실성이 증폭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여러 정책을 쏟아내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기업 신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의 기업 부채는 상당 폭 증가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인 75조달러(약 9경2100조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기업들의 부채 상환 압력이 커지면서 기업의 신용 위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증폭된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금융위기를 촉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은 근본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기업 부채의 극단적인 증가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과 한국의 회사채 시장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 지 궁금하실 겁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미국과 한국의 회사채 리스크와 정책 대응을 비교해 눈길을 끕니다. 일단 미국을 보겠습니다. 미국에선 저(低)신용 기업 대출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 유출과 유동성 경색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투자등급 채권의 20%가 투기등급으로 강등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저신용 기업 대출 상품인 레버리지론 펀드에서 사상 최대인 23억달러의 자금이 인출되기도 했습니다. 금융위기의 시작이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과 부채담보부증권(CDO)이었던 것처럼 레버리지론이 새로운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조3000억달러 규모의 하이일드 채권(투기등급) 역시 급격한 자금이탈로 유동성이 악화됐답니다.

미국은 최대 1조 달러 규모의 CP 매입 프로그램과 30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유동성을 긴급 공급했습니다. 주식시장은 이런 정책에 긍정적으로 반응했고요.

국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은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리스크가 극단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다는 게 예금보험공사의 평가입니다. 물론 수요가 급감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은 심해졌죠.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CP는 79조원 정도입니다. 이 중 A2- 등급 이하 물량은 43조원이고요.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비우량 CP의 부동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BBB등급 이하 채권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지는 않습니다. 미국 보다는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리스크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이 연일 살얼음판을 걷자 한국도 회사채 직접 매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필요하다면 국회의 법령 해석이나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직접 매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냅니다. 한국은행은 정부가 회사채 매입에 따른 신용위험을 보증할 경우 한은법에 따라 고려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고요.

현재 한은법은 정부, 정부대행기관, 금융회사 이외의 민간과의 여신과 채권 매입 등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신용공여 위축 등 위급한 상황에서 비금융회사에 대한 여신이 가능합니다. 정부 보증 아래 매입한 회사채와 CP를 담보로 설정하고 은행에 대출이 가능한 겁니다. 김동환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실제 한은은 2009년에 은행자본확충펀드에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증권을 담보로 KDB산업은행을 통해 10조원을 우회 지원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0.9%의 성장률을 나타낼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는 "중국이 특별국채 카드를 꺼내면 부양책을 본격 가동하는 모습이지만 경제를 회복시키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고요. 골드만삭스는 중구의 특별국채 발행이 오히려 중국의 은행 시스템에 레버리지 부담을 전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달 동안 주식시장에서 코로나19가 미친 타격을 보면 일본 증시(-8.1%)에서 가장 제한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14.3%) 및 유럽(-14.7%), 신흥국 증시(-15.6%)가 가장 크게 하락했고요.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와 은행, 보험 산업의 피해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로 신흥국으로부터 200억 달러 이상의 긴급구호자금 요청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죠. IMF는 각국 정부가 가계, 기업, 금융 부문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경제 전망은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는데 정부의 추가적인 시장 안정화 대책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