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려해도 보증심사 인력 모자라…'대출 병목' 심각

입력 2020-04-01 17:37
수정 2020-04-02 00:38
“급한 마음에 왔는데, 두 달 더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1일 서울 남대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찾은 소상공인 A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부터 시중은행에서 시행한 초저금리 대출을 문의하러 왔다가 발길을 돌렸다. 만기가 1년인 것이 문제였다. 기존 보증 대출 만기(5년)보다 훨씬 짧아서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확신이 없어 시간이 걸려도 보증 대출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초저금리 대출 출시 첫날 예상치 못한 풍경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잇따르는 문의에 비해 대출을 받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는 게 영업 현장의 얘기다. 한 시중은행 영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지원 대출은 한 종류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당장 돈이 급한 사람이 아니면 만기가 긴 보증기관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증기관을 통한 대출은 ‘병목현상’이 여전하다. 지금 신청하면 실행까지 최소 6~7주일이 걸린다. 은행마다 직원을 보증기관에 파견하는 등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류 업무는 대행하지만 핵심 업무인 보증은 보증기관이 단독으로 맡기 때문에 소요 기간을 이보다 더 줄이긴 어렵다”고 했다. 보증기관 대출 절차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초저금리 대출만으로는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신용보증재단에 보증 대출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 보증 없이 대출을 우선 내주는 방법이 거론된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연체·압류 이력이 없다면 대출을 먼저 내주고 서류와 보증서 업무를 추후에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보증 대출 전력을 활용해 ‘투 트랙’ 대출을 한다면 소요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서류 업무를 대신할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 시중은행 영업부 담당자는 “고객이 보증에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린다”며 “공인인증서와 스크래핑(정보 수집)을 이용해 서류 작업을 간소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