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비례 전담 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응하기 위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검토하는 가운데 일부 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참여를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10일 의원총회를 열고 전 당원 투표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날 열린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설훈 최고위원 등의 반대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설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후 회의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분위기가 팽팽했다. 하면 안 되는 걸 하면 망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례연합정당 참여가)얼마나 엄청난 사건인데 앞으로 진행될 과정을 생각하면 시간이 없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걸 하려고 끌고 가고 있다"고 했다.
설 최고위원과 함께 김해영·박주민 최고위원도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최고위원은 "아직 당원 투표도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며 잘라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정도로 완벽하게 숙성시킬 단계는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에 앞서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본회의 직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원칙 없는 승리를 하려다가 원칙 없는 패배를 할까 두렵다"며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조 의원은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꼼수를 비난하다가 그 꼼수에 대응하는 같은 꼼수를 쓴다면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은 촛불혁명의 주체인 국민을 믿고 또 존중해야 한다. 국민은 사도(邪道)를 걸으며 국가와 국민의 삶을 망친 세력을 심판했다"며 "단기적이고 작은 이해를 떠나 옳은 방향으로 담담하게 정도를 걸어야 국민들은 안도하고 믿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선생님과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라며 "민주당과 개혁진보세력의 성공, 국가발전과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비례연합당 참여는 반대하는 것이 더 낫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전당원 투표 실시 등 비례연합정당 참여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정해두고 절차적 정당성을 쌓으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면 연합정당은 17석,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을 얻는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면 원내 1당을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