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빅밸류 대표 "AI·빅데이터 활용…전국 260만 다세대·연립 시세 제공"

입력 2020-04-20 17:32
수정 2020-04-21 00:50
핀테크(금융기술)처럼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플랫폼 형태의 부동산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ly)’의 합성어인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 스타트업)다. 모바일 부동산 매매계약 등 기존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갈 태세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타깃 마케팅 등도 활성화될 조짐이다. 한국의 유망 프롭테크 기업들의 계획과 비전을 들어봤다.

한국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중은 2018년 50%를 넘겼다. 관심이 온통 아파트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단독과 다세대·연립주택은 소외돼 왔다. 담보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제대로 된 시세 정보가 많지 않다. 하지만 엄연히 한국 주거 형태의 절반가량은 단독과 다세대·연립주택이다. 이 큰 틈새 시장을 파고든 프롭테크가 빅밸류다. 이 회사는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로 시작해 기업가치가 4조원을 웃도는 종합 금융자산 컨설팅 업체로 성장한 미국의 코어로직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김진경 빅밸류 대표(43·사진)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법무법인에서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증권사로 옮겨 부동산금융 실무를 다루다가 2015년 5월 정보기술(IT) 및 빅데이터 전문가들과 함께 빅밸류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당초 핀테크에 관심을 가지다가 부동산 자산관리를 빅데이터 및 AI 기술과 접목시키면 어떨까 고민한 게 사업 계기”라고 말했다.

초기 사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국내에 부동산 데이터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공개 데이터도 오류가 많았다. AI로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제기됐다. 그나마 2016년 3월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바둑 대국 이후 AI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빅밸류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전국적으로 연립과 다세대주택은 260만 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에 190만 가구가 있다. 빅밸류는 이들 가구의 실거래가 정보와 토지·임야정보, 토지이용계획, 건축물대장 등을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구축했다. 김 대표는 “대상 물건의 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주변의 100~150개 사례를 학습한다”며 “집의 모양·층수·위치 등을 고려한 실거래가 기반의 가치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2년 가까이 연구개발한 끝에 2017년 2월 위치 기반의 연립·다세대 시세 플랫폼 ‘로빅’을 내놨다. 지도에서 클릭해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이다. 2018년 1월에는 빌라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빌라시세닷컴’을 선보였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중앙회 저축은행 등이 주요 고객이다. 매달 정기적으로 시세를 산출해 제공한다.

빅밸류는 금융위원회가 선정한 지정대리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정대리인은 핀테크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혁신금융서비스다. 핀테크 사업자를 선정해 금융회사로부터 위탁한 서비스를 대행하게 하는 제도다. 빅밸류는 지난해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규제샌드박스) 사업자로도 선정돼 50가구 미만의 나홀로 아파트에 대한 담보가치산정 서비스를 출시했다.

김 대표는 이르면 다음달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고 서버 등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주거뿐 아니라 비주거 상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부동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상품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부동산 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중장기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