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씨앗' 심는 기업들, 협력사 경쟁력 키워야 산업 생태계 살아난다

입력 2020-02-03 15:35
수정 2020-02-03 15:37

국내 간판 기업들이 협력사 지원을 늘리고 있다. 협력사의 기술력과 제조 역량이 회사 경쟁력에 직결된다고 판단한 결과다. 대기업들은 협력사의 연구개발(R&D) 및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회사와 직접 거래가 없는 2, 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도 늘려가는 추세다. 일부 기업은 거래 관계가 전혀 없는 중소기업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산업 생태계 전체가 건강해지면 대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삼성전자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 공정을 효율화하기 위한 컨설팅을 하고 맞춤형 자동화기기를 개발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5년 시작했다. 지난해 신청 업체가 1800개를 넘어서자 연간 지원 업체 수를 300개에서 500개로 확대했다. 전담 직원도 15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 삼성전자는 삼성과 거래가 없는 중견·중소기업도 지원하고 있다. ‘삼성의 혁신 DNA’를 전파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설을 앞두고 납품대금 1조73억원을 조기 지급했다. 작년 추석을 앞두고는 1조4181억원을 당초 지급일보다 앞당겨 지급했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도 명절 이전에 2, 3차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앞당겨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소 협력사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채용박람회를 해마다 열고 있다.



SK그룹 계열사들은 기업 경영의 성과를 기존 주주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와 함께하고 사회를 위해 성장하자’는 그룹 경영 철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3일 ‘2020 SK이노베이션 협력사 상생기금 전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29억6000만원을 협력사에 전달했다. 이날 전달된 돈은 SK이노베이션 임직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하고 회사가 같은 규모의 돈을 출연해 조성했다. 정부와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출연금도 더해졌다. 정부와 협력사가 기금 조성에 동참하면서 국내 대표 상생발전 모델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는 협력사 육성을 위한 5대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협력사 경쟁력 강화와 프로세스 혁신, 인력 육성 지원, 자금 지원, 차세대 기술 개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과제 실행 방식은 다양하다. LG전자는 협력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영 및 기술 노하우를 적극 전수하고 있다. 동시에 협력사가 생산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LG전자는 협력사가 보유한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기술자료 임치제도’가 대표적이다. 협력사의 핵심 기술자료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보관하는 제도다. 협력사는 기술유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