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란 배양 vs 세포 배양…독감 백신 효과 논쟁

입력 2020-01-27 18:30
수정 2020-01-28 02:1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독감 환자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환자 중에서는 사전에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독감에 걸린 사례도 있다.

독감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와 해당 기간에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일치할 경우 건강한 성인 기준 접종자의 70~90%가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30%는 접종 뒤에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접종하고서도 독감에 걸리는 이유는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 다양한 원인이 꼽힌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에게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에서 독감백신 제조방식의 차이 때문에 예방률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불을 지핀 것은 세계 최초 세포배양 방식 독감백신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다.

이 회사는 A형 H3N2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에서 자사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 생산용 세포에서 배양한 독감 바이러스가 유정란에서 배양한 바이러스에 비해 유전자 변이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17~2018년 독감 백신의 상대적 효과를 분석했더니 세포 배양 4가 독감 백신이 유정란 배양 4가 독감 백신보다 11%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세포 배양 독감 백신은 배양 과정에서 바이러스 변이 발생 가능성이 낮아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가까운 백신을 접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GC녹십자 등 유정란 배양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유정란 배양 백신이 오히려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반박한다. 1930년대 개발돼 80년 이상 사용되면서 생산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세계 독감 백신 90% 이상이 유정란 백신이다. 대규모 임상으로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가 포함된 대상군에서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해 독감 고위험군에도 사용 가능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4가 독감 백신 중 생후 6~3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보건당국인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백신 논쟁에 중립적인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유정란 배양 백신과 세포 배양 백신 간 효능 차이는 아직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