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람을 물거나 사람이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를 넘어, 반려동물 사이 물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사건이 주인들 간의 법적 소송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동물이 법률상 재물으로 인식되는 만큼 손해배상금이 높게 책정되지 않아 피해견주의 고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해 8월 소형견인 푸들 견주 A씨가 중형견 불테리어 견주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89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8년 9월 서울의 한 강아지 놀이터에서 불테리어가 푸들의 목 주위를 7~8초간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A씨는 75만원의 진료비를 달라고 했으나 B씨가 거절하자, A씨는 위자료를 포함해 4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B씨는 푸들이 먼저 자신의 불테리어에게 다가와 집요하게 짖었던 것이 사건의 원인이라며 물림 사고에는 공동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개들은 서로 계급의식이 있기 마련인데 서로 조심하지 못했으며, 해당 강아지 놀이터에도 ‘개들끼리 사고가 나지 않도록 견주들이 항상 주시하라’고 안내돼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불테리어가 맹견의 일종인 만큼 B씨가 자신의 불테리어가 다른 강아지를 공격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생명과 직결되는 부위인 목을 물고 있었음에도 B씨가 바로 자신의 불테리어를 제압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B씨가 사고 직후 배상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했으며, 상식적인 수준의 진료비(75만원)를 청구했는데 이후 B씨가 말을 바꿨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B씨의 책임이 80% 있다고 보고 치료비 75만원 가운데 59만원을 배상하라고 봤다. 그리고 위자료 30만원도 함께 지급하라며 A씨에 일부승소 판결했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반려동물 물림사고 분쟁으로 소송을 제기한 후 손해배상금을 받아 내더라도 이 액수가 변호사 선임비용보다 적을 때도 많다”며 “이를 악용해 제대로 보상을 하지 않으려는 가해견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물림사고 끝에 사망하더라도 애초 반려동물 구입가격 정도로만 배상금이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반려인구의 정성 등을 고려할 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