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쳤네’라고 했습니다.”
‘부동산 매매 허가제’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두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6일 이같이 말했다. 문책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1년 전 비서실장 취임 당시 군기반장을 자처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야권에서는 “집권 4년 차에도 지지율이 유지되자 자신들의 잘못에도 관대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해 들어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정책·정치 현안에 적극 대응 모드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여론전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 개혁법안 통과 이후 청와대 분위기가 공세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 “국정 운영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이제 확실한 변화와 성과를 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언론 노출을 자제해온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책실장, 정무수석 등이 일제히 정책 홍보에 나서는 것도 이런 배경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섭외 요청이 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비서실장이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이전 실장들과 달리 언론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다음날에는 “강남이 1차 목표”라고 부동산 대책의 구체적인 타깃까지 거론했다. 여권 내에서는 설익은 자신감이 오히려 총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청와대에서는 단순 착오라고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인권 침해 논란과 관련한 국민청원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반송되는 과정을 보면서 나사가 풀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유례없이 청와대 출신 참모들의 대거 총선행도 자신감 넘치는 청와대 내 기류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직선거 마감일까지 참모들이 총선행 막차를 타기 위해 사의를 밝힌 것은 드문 일이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참모들 사이에서 ‘순장조’ ‘문(文)지기’ 등의 표현이 나오는 것은 지나친 총선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지금껏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핵심 참모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