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임대할 때 중요하게 과세되는 세금 중 하나가 부가가치세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과세하는 세금이다. 10% 단일세율을 적용해 계산하고 최종 소비자가 이 세금을 부담한다.
사업자가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할 때 최종 소비자로부터 공급가액의 10%를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징수해 대신 납부하는 구조다. 사업자가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할 때 공급가액에 10%를 매출부가가치세의 명목으로 징수하고, 매입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10%의 매입부가가치세를 공제해서 부가가치세를 계산한다. 만약 매입부가가치세가 매출부가가치세보다 큰 경우 부가가치세는 환급된다.
그런데 부가가치세는 서민의 입장에서 평가하면 참으로 억울한 세금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구분 없이 10%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발이 적은 이유는 최종 소비자는 부가가치세를 가격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가가치세는 입법과정에서의 조세저항을 이겨내면 세금 징수는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부가가치세는 공평의 개념으로 판단하면 나쁜 세금이다. 부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저렴하고, 서민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무겁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가가치세는 역진성(逆進性)이 강한 세금으로 알려져 있다. 부가가치세의 역진성은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누진세율로 변경하면 쉽게 해결될 것이다. 최종 소비자의 세 부담 능력을 기준으로 누진세율로 변경한다면 공평성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누진세율은 부가가치세 공평의 문제는 해결하겠지만 징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세법에서는 ‘면세’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부가가치세의 역진성을 보완한다. 부자든 서민이든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생필품 성격의 재화와 서비스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것이다. 선택적으로 소비를 줄일 수 없는 생필품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을 크게 느끼는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차 생산물인 농수산물을 면세 항목으로 지정함으로써 부가가치세 때문에 그 소비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도서, 학원 등의 교육서비스, 의료보건서비스 등도 같은 이유로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이렇게 부가가치세가 과세되지 않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자를 면세사업자라고 부른다. 면세사업자는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에 부가가치가 과세되지 않고, 사업자 자신이 최종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른 재화나 용역을 소비하더라도 구입 과정에서 부담한 부가가치세는 공제나 환급이 되지 않는다.
부동산에도 생필품으로 보고 면세로 구분하는 항목이 있다.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주택은 부가가치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를 분양으로 취득하는 경우 분양가격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주택을 구입할 때 중개시장에서 사업자가 아니라 개인으로부터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주택 규모와 상관없이 부가가치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용역도 세법 기준으로 생필품으로 본다. 주된 소비자가 서민이고, 그 소비를 선택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택임대사업자를 면세사업자로 구분하고 임대하는 주택의 수, 가격과 규모를 구분하지 않고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토지도 면세로 구분해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피스텔 등을 분양으로 구입할 때 분양가격에 포함된 토지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토지는 생필품의 성격이 없음에도 면세로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법에서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때 반드시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는 면세로 구분하고 있는데, 토지를 그중 하나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토지는 그 어떤 거래에서도 부가가치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다만 토지를 임대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