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올해 새로 생긴 월드핸디캡시스템(WHS)을 먼저 시행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 대한골프협회(KGA)는 지난 1일자로 WHS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새해 첫날부터 WHS를 시행하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10여 개 국가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 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고안했다. WHS는 세계 모든 골퍼가 같은 기준으로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핸디캡 제도다. 그동안 나라별, 지역별로 달랐던 골프 핸디캡 시스템을 일원화했다.
한국은 KGA 핸디캡 프로그램 ‘진(GHIN)’으로 자신의 WHS를 계산할 수 있다. WHS에 입력할 ‘공식 스코어’를 받으려면 KGA가 공식적으로 코스레이팅한 곳에서 경기해야 한다. 받을 수 있는 최대 핸디캡은 54.0이다. 이븐파로 18홀을 칠 수 있는 이른바 ‘스크래치 골퍼’보다 54타를 더 받고 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1일자로 시행했으나 본격적으로 WHS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진’의 업데이트가 끝나는 6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WHS에선 꽤 많은 것이 바뀐다. 우선 널리 쓰인 핸디캡 산정 방식이 가장 최근 20개 라운드 중 10개 라운드 스코어의 평균치를 냈던 것과 달리 WHS에선 8개 라운드만 센다. 따라서 기존 시스템을 사용하던 골퍼는 WHS에서 더 높은 실력으로 평가받는다. 평균적인 스코어보다 최근 성적에 더 비중을 두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이 고안됐다.
날씨나 티박스의 위치 등 경기 당일 코스 환경에 따른 스코어 조정도 이뤄진다. 같은 코스라도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스코어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악천후로 인해 전체적으로 스코어가 좋지 않으면 최대 3타까지, 날씨가 좋거나 티박스가 ‘전진 배치’돼 있을 경우 최대 1타까지 타수를 조정한다. 스코어 조정의 기준은 빅데이터를 통해 프로그램이 정한다. KGA 관계자는 “특정 골프장에서 입력된 스코어 값이 기존 데이터와 비교해 평소보다 너무 높거나 낮을 경우 스코어 조정을 한 뒤 핸디캡으로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한 번의 ‘워스트 라운드’로 핸디캡이 급격히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세이프 가드’도 WHS에서만 볼 수 있는 산정 방식이다. WHS는 골퍼가 최근 1년간 가장 낮았던 핸디캡을 기준으로 수치가 크게 요동치는 것을 막는다. 예를 들어 골퍼가 자신의 평소 핸디캡보다 3타에서 5타 이상 적어 내면 ‘소프트 캡’이 적용돼 50%만 스코어를 인정받는다. 5타를 초과하면 ‘하드 캡’이 적용돼 5타를 넘는 초과치에 대한 스코어를 반영하지 않는 식이다.
KGA는 이번 WHS 도입으로 아마추어 골프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KGA와 손잡고 하반기까지 WHS의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클럽 단위 아마추어 골프대회가 정착한 외국과 달리 한국은 삼삼오오 모여 골프하는 ‘핵(核) 단위’ 골프 문화가 일반적이다. 업계에선 WHS가 정착하면 더 큰 규모의 아마추어 골프대회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