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우발적 범행 주장하나…"죽으러 간 야산, 초등생 마주쳐 살해"

입력 2020-01-01 09:55
수정 2020-01-01 09:57


이춘재가 범행 배경에 대해 말을 아끼는 가운데 몇몇 사건과 관련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춘재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에 지난해 9월 자신이 저지른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 등 성범죄를 자백할 당시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야산에 올라갔는데 우연히 초등학생을 마주쳐 살해했다"고 말했다.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께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김모(8) 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진 것으로 그동안 실종사건으로 여겨졌다. 이춘재는 DNA를 통해 화성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후 "김 양을 성폭행 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또 윤모 씨가 이춘재 대신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8차 사건의 경우 1988년 9월 16일 화성 태안읍 진안리에 위치한 피해자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을 지나던 중 "동네 구멍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다가 대문이 열려있는 것을 봤다"며 "방문 창호지에 난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봤는데 남자가 있었으면 그냥 가려고 했지만, 여자가 자고 있어서 들어갔다"고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사건들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경찰은 이춘재가 밝힌 범행 경위에 대해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춘재는 수사 과정에서 '성욕'과 같은 단어는 일절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동기와 관련한 특별한 진술도 하고 있지 않다. 범행 경위 역시 이춘재의 일방적인 진술인 만큼 계획적인지, 우발적인지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춘재의 추가 범행과 관련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당초 경찰은 이춘재를 14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그의 DNA가 증거물에서 나온 3·4·5·7·9차 사건으로만 입건했지만, 자백의 구체성 등 여러 정황에 미뤄 DNA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9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혐의도 인정된다고 보고 추가 입건했다.

특히 현재 8차 사건과 관련한 재심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경찰 관계자는 "언제 수사가 마무리 된다고 확언할 수 없지만, 최대한 빨리 정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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