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부인’은 이자율이 거의 제로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이자율이 높은 해외에서 운용하며 그 차액을 챙기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종의 차익거래인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스미스 부인’이 나타났다. 유럽에서도 초저금리가 시작되면서 ‘소피아 부인’이 등장했다. 이런 투자는 상당 부분 채권시장에서 일어나지만 일부 투자는 주식시장에서도 등장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투자자는 결국 이들을 말한다.
우리가 ‘외국인 포지션’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의 정보망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종목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게 된다. 한때 그들의 포지션을 무조건 따라가는 ‘외국인 매매 따라잡기’가 유행한 적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좀 시들해진 측면이 있다.
‘검은머리 외국인’이 등장하게 된 것도 바로 외국인 매매 따라잡기 때문이다. 그들은 코스닥시장 중소형주의 주가를 띄워놓고 개인이 따라붙으면 곧바로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가는 수법을 사용한다. 외국인의 투자 패턴을 무작정 따르는 개인투자자들을 노린 전략이다.
옵션시장에서도 그들은 속임수를 쓴다. 지금 당장 외국인 누적 옵션포지션을 살펴보기 바란다. 아마도 풋매수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반면 개인의 누적 옵션포지션을 보면 풋매도 물량이 매우 많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옵션매도 증거금 때문에 개인은 옵션매도 포지션을 잡을 수 없다. 그런데도 포지션 동향에는 개인의 풋매도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증거는 없지만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외국인들의 진짜 포지션은 개인의 풋매도 포지션과 외국인의 풋매수 포지션을 동시에 잡은 것이라고. 그렇다면 그들은 풋매도와 풋매수를 동시에 보유함으로써 서로 상쇄되는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것들을 ‘합성포지션’이라고 한다.
외국인 따라가다가는 깡통차기 십상이다. 너무 눈에 보이면 그쪽 방향이 아님을 명심하자. 그들이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