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 5일은 유엔 산하 유엔환경계획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이 기구는 매년 세계 환경의 날 주제를 정한다. 지난해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 퇴치’였다. 한국도 지난해 같은 날을 ‘플라스틱 없는 하루’로 정하고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플라스틱은 사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일회용 봉투부터 세제 음료 등을 담는 용기, 카페에서 흔하게 접하는 일회용품 등이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 후 쓰레기로 일부는 소각되거나 재활용되지만 대부분은 매립돼 토양과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환경을 오염시킨다. 환경에 유입된 플라스틱은 결국 매년 800만t의 해양 쓰레기가 된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일부가 자외선이나 풍화작용에 의해 잘게 쪼개지면 크기 5㎜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 또는 1㎛(1㎛=100만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 먹이사슬의 가장 낮은 단계인 플랑크톤에게 먹히고 상위 단계의 먹이사슬을 거치면서 축적과 이동을 반복한다. 최근에는 바다뿐 아니라 강, 하천 같은 담수, 소금, 해산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생체 영향은 아직 미지수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주변에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이것이 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세 플라스틱의 성분, 크기, 모양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이 발견된 20㎛ 이상의 미세 플라스틱과 이로 인해 생기는 해양생물의 산화스트레스, 성장과 번식 장애는 이미 학계에 보고됐다. 하지만 그 이하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은 분석 기술의 한계 때문에 환경이나 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첨가되는 가소제, 난연제 등 화학물질의 영향, 플라스틱 표면에 쉽게 흡착되는 외부 화학물질의 영향도 살펴야 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질환연구센터는 최근 대표적인 플라스틱 중 하나인 폴리스타이렌(스티로폼의 주성분) 나노 플라스틱의 생체 영향을 열대어 제브라피시를 통해 확인해봤다. 녹색 형광을 나타내는 폴리스타이렌 나노 플라스틱을 제브라피시 배아가 있는 물에 섞고 24시간 뒤 관찰했더니 나노 플라스틱의 크기가 작을수록 제브라피시 배아의 몸 전체에 흡수되는 것을 확인했다. 나노 플라스틱이 축적된 제브라피시 배아는 나노 플라스틱이 축적되지 않은 배아와 외형에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유해물질과 함께 나노 플라스틱이 축적될 때 나노 플라스틱과 유해물질의 독성이 더욱 증폭됐다. 나노 플라스틱에 의해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미세하게 손상되고 산화스트레스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미세 플라스틱의 문제 해결 방안
미세 플라스틱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세 플라스틱의 성분, 크기, 모양, 외부 물질의 흡착 정도에 따라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치는지 살펴봐야 한다.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오랫동안 노출되는지, 얼마나 많이 축적되는지, 어떤 신체기관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장기적·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또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플라스틱 재활용 방안을 찾고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 곤충을 발견하거나 식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분해 효율이 낮거나 바이오 플라스틱의 생산 비용이 높아 응용이 어렵지만 향후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결하는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일상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2017년부터 미국, 유럽연합, 한국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고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이 생성되는 것을 방지해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