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엊그제 기자간담회를 통해 “복잡하고 세분화한 코스닥시장 진입요건을 단순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닥 진입요건은 일반기업 4개, 이익미실현기업 5개, 기술성장기업 2개 등 11개에 달하는 데다 재무 중심의 낡은 체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적시 자금 조달이 중요한 혁신기업의 코스닥 진입을 위한 요건 간소화 요구가 숱하게 나오는 이유다. ‘혁신성장’을 외치는 정부라면 진작 했어야 할 일이다.
정 이사장은 “미래 성장성을 중심으로 코스닥 진입요건을 개편하겠다”고 했다. 과거 재무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치를 보겠다는 취지로 들린다. 시장 진입까지 ‘죽음의 계곡’을 몇 번이나 넘어야 하는 혁신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어떻게 미래 성장 가치를 평가할지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제2 벤처붐’이 오고 있다며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대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탓이 크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지난 11월 말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은 1년 전보다 8.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나스닥이 증시 호황을 이끌며 17.4% 증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상장의 실익이 떨어지는 등 코스닥시장이 뒷걸음질치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신산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진입 요건만 해도 그렇다. 신시장인 코스닥을 실적이 중요한 기존 기업 중심의 유가증권시장을 관장하는 거래소에 편입시킨 것부터 문제였다. 성장성 위주로 가야 할 코스닥이 유가증권시장의 ‘하위시장’으로 전락해 역동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2005년 코스닥이 거래소와 통합된 이후 모험자본 이탈 등으로 침체를 지속해 온 것이 이를 말해준다. 거래소가 코스닥의 취지에 맞게 진입요건을 개편할 의지가 있다면 유가증권시장과 경쟁하는 ‘독립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구조개혁도 함께 단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