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업계 최초 자사주 1000억 소각…다음 타자도 '기대'[이슈+]

입력 2019-12-09 14:27
수정 2019-12-09 14:28


KB금융지주 주가가 오르고 있다. 국내 은행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해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적극적 주주친화정책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은행주(株)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9일 오후 2시9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은 전거래일보다 2.23% 상승 중이다. 자사주 소각 소식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자기 주식을 없애는 것이다. 발행 주식수의 감소로 주식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 꼽힌다. 시가총액에 1조원에 주식수가 10주라면, 주당 가치가 1000억원이다. 주식수가 5주로 줄어들면 주당 가치는 2000억원으로 증가한다.

KB금융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소각 대상 주식은 KB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2848만주 중 8.09%인 230만3617주다. 총 발행 주식수 대비로는 0.55%다. 이번 소각 주식의 규모는 장부가로 1000억원 규모다. 소각 예정일은 이달 12일로, 국내 은행지주사 가운데 자사주 소각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소각규모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국내 은행 가운데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배당 외에 주주환원정책 수단이 추가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자사주를 소각 사례는 흔하지만 그간 우리나라 은행들에게서는 없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금융사들의 주주환원율(배당성향과 자사주매입율 합산)은 111%다. 스위스(72%) 일본(69%) 호주(67%) 등도 높은 주주환원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7개 은행지주와 은행은 25%로 해외 금융사 대비 크게 낮다.

수동적인 주주환원정책은 국내 은행주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KB금융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국내 은행주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은 국제자본비율(BIS) 규제로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어 충분한 배당가능 재원과 자본여력에도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은행 주가에 약점인 '규제산업'이라는 할인 요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B금융에 이어 다른 은행주들도 자사주 소각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KB금융을 제외한 다른 은행주도 강세다. 하나금융지주가 2% 가까이 상승하고 있고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JB금융지주도 소폭 강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