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11월 고용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대폭 덜어냈다. 신규 일자리가 10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하고, 실업률도 반세기 만에 최저치로 다시 떨어졌다. 임금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수준에서 계속 오르고 있다.
월가에선 이번 고용 호조로 미 중앙은행(Fed)이 상당 기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선 미 경제가 무역 갈등에도 탄탄하다는 게 밝혀진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합의를 더 지연시킬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미 노동부는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26만6000명 증가했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이는 올 1월(31만2000명) 후 최대 증가폭이다. 시장 예상(18만 명 증가)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일자리는 지난달까지 110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3.5%로 10월 3.6%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9월 실업률도 3.5%를 기록했다. 또 지난달 시간당 임금이 전년보다 3.1% 상승했다.
가드 레바논 콘퍼런스보드 전략가는 “최근 몇 달간 발표된 어느 지표보다 미국 경제에 침체가 임박했다는 일부 우려를 잠재웠다”며 “역사적 최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고용 증가율은 둔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가 역시 고용을 촉진하는 원동력이었다. 신규 고용은 전문·사업 서비스업에서 3만1000건, 여가업에서는 4만5000건 증가했다. 침체 국면을 보이던 제조업에서도 5만4000건 증가했다. 지난달 제너럴모터스(GM) 노동자 파업이 끝나면서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 4만1300개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파업이 발생했던 9월엔 4만2800개 일자리가 감소했었다. 지난달 일자리가 줄어든 업종은 건설 1000건, 광산업 7000건 정도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엄청난 고용보고서!” “일자리, 일자리, 일자리!” 등의 글을 잇달아 올리며 자축했다. 이날 뉴욕증시도 급등했다. 다우지수는 337.27포인트(1.22%) 오른 28,015.0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0.91%, 나스닥지수는 1.00% 상승했다.
고용 호조로 Fed의 금리 동결 기조가 한층 더 힘을 얻을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마이클 메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Fed는 고용 보고서를 보고 동결 정책 기조가 좋다고 느낄 것”이라며 “강한 고용은 무역전쟁 등이 경기 전망을 끌어내려도 미 경제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10월에 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경기 전망의 상당한 재평가가 없는 한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선 Fed가 내년 한 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가의 몇몇 전문가는 강력한 고용 보고서로 오는 15일 15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이전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합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예상했다.
크리스 카프니 TIAA은행 세계시장 총괄은 “고용의 긍정적 수치는 미 경제가 강하다는 신호로 미국 협상가들을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며 “미·중 합의가 지연될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국과의 합의를 내년 대선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미·중 합의가 가깝다”면서도 “중국의 기술 탈취를 방지하지 못하고 합의 이행 절차가 좋지 않다면 더는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