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법을 원하는 '타다', 시행령을 원하는 '정부'

입력 2019-11-25 10:15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 상임위 상정

국토교통부가 당초 예정했던대로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됐다. 법안의 핵심은 현재 운행되는 택시를 크게 세 가지 사업형태로 구분하되 운행대수 총량은 유지하는, 다시 말해 택시면허제의 근간을 지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신 이동 서비스 개선을 위해 사업자가 추가로 제공하는 별도 서비스 등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놨다. 이른바 유모차, 카시트, 음료제공 등 다양한 방식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택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브랜드 가맹택시 기준도 완화했다. 최소 전국적으로 4,000대를 가입시켜야 할 수 있었던 브랜드 가맹택시 기준을 1,000대로 내렸고, 택시 운전 자격시험은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으로 이관해 공적 관리도 강화한다. 또한 개인택시 인수 자격 가운데 법인택시 운전경력 요건은 없애기로 했다. 이 경우 젊은 택시 기사들의 유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5년 무사고 요건은 그대로 적용, 최소한의 안전은 확보한다.

그러자 렌탈택시 '타다' 브랜드로 유상운송사업을 전개 중인 VCNC가 즉각 호소문을 배포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렌터카를 알선, 택시처럼 운행되는 현재의 사업이 전면 중단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타다 측은 ▲렌터카를 포함한 다양한 차종 확보 방식의 허용 ▲3~5년까지 예측 가능한 총량 수준 ▲기여금의 형태와 규모를 명확하게 법안에 넣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 내용이 반드시 법안에 포함돼야 모빌리티 산업이 법과 제도 안에서 혁신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타다의 요구안은 시행령에 담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내용 자체가 법안에 담을 수 없는 구체적인 사업 방식이어서 시행령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 게다가 현재 타다 또한 여객운수법 시행령에 근거해 사업을 한다는 점을 들어 구체적인 내용을 법안에 담자는 것은 타다의 억지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또한 상생을 위합 협의기구마저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며 택시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유상운송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기존 운송사업자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타다의 이기심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쏟아내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방침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公正)'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A에서 B까지 이동할 때 운전자와 이동 수단이 동시에 제공되는 운송사업의 경우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렌터카는 택시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되 기존 '타다'와 같은 렌탈택시는 '플랫폼 택시'라는 새로운 택시사업으로 규정, 택시 제도 안에 두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플랫폼 택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탄력요금을 적용할 수 있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때 별도 비용도 받도록 규제를 풀어 이동 서비스의 혁신이 이뤄지도록 했다. 한 마디로 경쟁 조건은 동일하되 서비스 경쟁은 개별 운송사업자들이 펼치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타다'는 공정 경쟁의 틀 안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혁신을 가로막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마디로 기존 운송사업의 틀을 전면 폐지하고 면허 등도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택시 또한 대중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면허제를 허물면 대중교통 체계가 붕괴되고 이는 국민의 기본권리인 '이동권 침해'로 연결돼 결국 교통약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음을 우려한다. 유상운송사업에 활용되는 자동차 숫자가 늘어날수록 버스와 지하철 등의 이용자가 줄어 운행횟수 등의 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가가 배려해야 할 교통약자가 오히려 불편함을 겪고, 이를 막으려면 다시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면허 총량은 당분간 유지하되 그 안에서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서비스 혁신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보는 셈이다.

'타다'의 호소문 배포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내놓은 여객운수법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에는 현재 '타다'가 운영 중인 11~15인승 이하 카니발을 빌릴 때는 관광 목적으로서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 또는 반납 장소가 공항이거나 항만인 경우, 그리고 주취나 신체부상 등으로 이용자가 직접 운전이 불가능할 때만 렌터카 사업자가 기사를 알선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시행령이 담았던 애매한 조항을 상위법에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물론 소관위에 오른 법안인 만큼 본회의 통과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만 보면 현재로선 높은 편이다. 정부로선 공정한 경쟁의 마당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니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제부터는 운송사업자 간의 치열한 서비스 경쟁만 남을 뿐이다. 특히 과거와 같이 손님에게 불필요하게 말을 걸고, 승차를 거부하면 호출 연결의 가능성이 줄어 수익도 줄어들 수 있다. 서비스 혁신으로 일컬어지는 타다가 기존 택시로 변신하는 순간 수 많은 이용자 또한 타다 택시로 옮겨갈 수 있어서다. 이는 곧 카카오T 라이언 택시 및 KST의 마카롱 택시 등이 가맹사업에 참여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른바 택시 서비스의 대혁신 시대가 다가오는 셈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 [하이빔]대당 30억 하이퍼카 시장, 태동기를 맞다▶ [하이빔]'택시'와 '타다', 요금 결정권이 핵심▶ [하이빔]현대기아차의 전방위 시간차 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