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배당주는 뜨거워진다. 연말 배당을 앞두고 배당주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서다. 4분기 말인 12월에는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의 마지막 날을 뜻하는 배당락일이 확정된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매년 10월~11월 중순까지 미리 배당주를 사둬야 한다는 얘기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온다. 하지만 단순히 예상 배당수익률만 보고 투자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예상 배당수익률이 높으면서도 주가 상승 여력을 갖춘 종목을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돌아온 배당주의 계절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전체 종목의 배당수익률은 2.08%로 작년 동기(1.86%)보다 0.22%포인트 높다. 배당수익률은 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으로 증시가 하락하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셈이다. 배당수익률의 기대가 커지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이 꾸준한 배당으로 연결되는 종목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두산은 지난 4월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로 인적 분할을 한 뒤 각 법인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배당 매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두산의 배당수익률은 6.80%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배당수익률이 최근 3년 만에 가장 높은 구간에 진입했다”며 “주당 배당금 5200원을 유지하기 위해 연간 700억~8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자체 사업의 연간 영업이익이 2300억원가량이어서 배당 신뢰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효성도 연결 자회사들이 실적 턴어라운드를 실현하면서 안정적인 주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다 배당수익률이 6.18%에 달해 매력이 커졌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배당 매력과 실적 등을 감안하면 주가 하방이 단단하다”고 했다.
삼성증권도 탄탄한 실적에다 배당 매력을 동시에 갖춘 종목으로 손꼽힌다. 삼성증권은 3분기 지배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38.5% 늘어난 889억원으로 집계됐다. 배당수익률은 4.01%다. 올해 예상 배당금인 1700원을 적용하면 배당수익률은 4.87%까지 올라간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높은 시장 변동성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며 “연말로 갈수록 고배당주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했다.
우선주·배당주 펀드 담아볼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우선주 중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으로 구성된 우선주 지수는 올 들어 이달 8일까지 9.29%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4.71% 오른 코스피 상승률보다 높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통상 보통주보다 주가가 낮다. 하지만 배당금은 동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당수익률이 높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우선주에 매수가 몰리면서 연초 3.4%대까지 하락했던 코스피 내 우선주 시가총액 비중이 10월 말에는 4.1%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배당주 투자는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수취하기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펀드를 담는 전략도 유효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내 설정된 271개 배당주 펀드에는 최근 6개월 새 368억원이 유입됐다. 올 들어 이달 8일까지 수익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양호한 성과를 냈다. 특히 해외 종목에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의 성과가 돋보인다. ‘미래에셋TIGER유로스탁스배당30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수익률이 23.84%로 배당주 펀드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다. 이어 ‘KB퇴직연금통중국고배당C’가 22.73%를 기록했으며 ‘피델리티월지급식글로벌배당인컴’도 20.50%로 20%가 넘는 수익률을 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