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적극 지지하는 브렉시트당이 내달 12일 열리는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보수당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EU 탈퇴 찬성표가 보수당과 브렉시트당으로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11일(현지시간) 공영 BBC에 따르면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는 이날 잉글랜드 북동부 하틀풀 지역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브렉시트당은 지난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했던 317개 지역구에선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열린 영국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브렉시트당은 30%가 넘는 득표율을 얻어 보수당과 노동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브렉시트당은 영국 하원에 한 석의 의석도 없다. 하지만 보수당 정부가 브렉시트에 번번이 실패하자 EU 탈퇴 지지층의 표가 브렉시트당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 때문에 내달 12일 열리는 총선에서도 브렉시트당이 EU 탈퇴 지지자들의 표를 흡수해 보수당 기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패라지 대표는 “브렉시트를 묻는 제2 국민투표를 막기 위해 보수당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며 “브렉시트 과도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공약도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존슨 총리는 패라지 대표의 발언이 전해진 후 “브렉시트를 이행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보수당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보수당은 2017년 열린 조기총선에서 하원 650석 중 317석을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10석)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지난 9월 브렉시트 추진 과정에서 당론에 반대해 투표했던 의원들을 제명하고, 일부 의원은 스스로 탈당하면서 이달 초 의회 해산 직전 보수당 의석은 298석에 불과했다.
다음달 총선에서 안정적인 과반 의석 확보를 노리고 있는 보수당은 브렉시트당의 이 같은 입장 변화가 총선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제 1야당인 노동당이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던 지역구에선 EU 탈퇴 지지자들의 표가 여전히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패라지 대표가 2017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했던 317개 지역구 외 지역에선 자체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