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스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언해온 주요국이 지난해 원전 의존도를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탈(脫)원전이 세계적 추세’라는 정부 설명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및 국제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원전을 운용하고 있는 세계 31개국 중 작년 전체 전력 생산 가운데 원전 비중을 확대한 곳은 16개국으로 집계됐다. 2017년(11개국) 대비 5개국이 늘었다. 2011년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에선 2017년 11.6%였던 원전 비중이 지난해 11.7%로 되레 높아졌다. 후쿠시마 사태 후 독일 내 원전 비중이 커진 건 2014년(15.8%) 후 처음이다.
세계적인 원전 강국 프랑스에선 같은 기간 원전 비중이 71.6%에서 71.7%로 늘었다. 프랑스는 당초 원전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 기한을 2035년으로 늦췄다. 스웨덴은 이 비중이 39.6%에서 40.3%, 스위스는 33.4%에서 37.7%, 체코는 33.1%에서 34.5%, 헝가리는 50.0%에서 50.6%로 높아졌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제 유가 상승이 꼽힌다. 대체 에너지원의 가격이 높아지자 가장 저렴하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전에 더 기대게 됐다는 것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2017년 배럴당 평균 50.84달러에서 작년 64.90달러로 27.7% 급등했다.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압력이 거세진 것 역시 또 다른 배경이다. 원전은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청정 발전원’이다. 유럽 각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원전 비중은 2017년 27.1%에서 작년 23.7%로 3.4%포인트 줄었다. 아르메니아(6.9%포인트 감소)를 제외하면 가장 큰 하락폭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450여 기의 원전이 운전 중인데 이 중 탈원전을 선언한 국가의 원전은 10기도 안 된다”며 “탈원전이 글로벌 추세란 주장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한국경제신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