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지적하고 싶다면…먼저 지적을 받는 연습부터

입력 2019-11-07 15:44
수정 2019-11-07 15:45

부하 직원이 며칠간 머리를 싸매고 만든 보고서를 가져왔다. 그런데 부실하기 짝이 없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곧바로 문제점을 지적할지, 그냥 내가 보고서를 마무리지을지 고민이다. 괜히 ‘꼰대’ 소리를 듣긴 싫다. 그래도 지적은 해야 한다. 그래야 부하 직원도 배우는 게 있고, 보고서의 질도 나아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적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그 방법이다. 스티브 잡스가 세운 애플대에서 교수로 있는 킴 스콧은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라는 저서에서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노하우를 제시한다.

동료가 지퍼를 내린 채 화장실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고 가정해 보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선 동료에게 조용히 “지퍼가 내려갔어. 나도 얼마 전에 직접 말해 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고맙더라고. 그래서 말하는 거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기울이면서 직접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상대방이 기분 좋게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큰 소리로 “자네 지퍼가 열렸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동료가 불쾌해할 수 있다. 그래도 다행히 지퍼를 올려 그 자리에서 문제를 바로잡을 수는 있다. 세 번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이 한참 뒤에야 잘못을 바로잡고는 ‘왜 말을 해 주지 않았을까’ 의아해할 수 있다. 네 번째는 혹시나 괜히 말해서 자신이 그 동료에게 미움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돼 말하지 않거나,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귓속말로 알려주는 유형이다. 상대방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걱정해서 솔직한 피드백을 하지 못하는 경우로 최악의 피드백이다.

최근의 일들을 곰곰이 떠올려보자. 상대방이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인적 관심을 가지고 직접적이고 솔직한 피드백을 했는가. 여기서 ‘개인적인 관심’은 마음 놓고 이야기해도 받아들이는 신뢰 관계를 의미한다.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으로 ‘심리적 안정감’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 심리적 안정감이 조직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조직은 목표보다 17% 이상 높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안전하지 않은 팀은 19% 이상 낮은 성과를 낸다고 한다. 심리적인 안정감은 누구나 다양한 의견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문화의 핵심 요소다.

지금 바로 개인적인 관심을 기울이면서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피드백 연습을 해보자. 개인적인 관심은 주의 깊은 관찰에서 나온다. 물론 상대방을 꾸준히 관찰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에게 먼저 지적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다른 동료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적을 먼저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고쳐 나간다면 빠르게 신뢰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그러면 솔직한 지적을 하기도 쉽고, 혹시 불쾌한 지적을 하더라도 그 사실을 바로 알려 줄 것이다.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