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고객 피해를 초래한 ‘파생결합증권(DLS) 사태’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등이 유독 우리은행에 집중된 배경에는 결국 지주사 전환이 있었다는 분석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주사 전환으로 재무 적정비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비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한 무리한 영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지난 6월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08%로, KB금융(14.94%), 신한금융(14.27%), 하나금융(14.69%) 등 다른 주요 금융지주에 비해 크게 낮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15.8%로 충분했던 BIS 비율이 올 들어 크게 낮아진 것은 우리은행이 지난 2월 지주사 전환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을 평가할 때 ‘내부등급법’이 아니라 ‘표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준등급법은 바젤위원회가 업계 전체 평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만큼 위험가중자산이 보수적으로 계산된다. 반면 내부등급법은 금융당국 승인을 거쳐 해당 금융회사의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에 따른 분류도 허용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 수익을 늘려 명실상부한 지주사 외형을 갖추는 게 핵심 과제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비은행 수익 비중은 고작 10%로, KB금융(39%), 신한금융(31%), 하나금융(18%) 등에 비해 크게 낮다.
올 들어 시중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점도 갈 길 바쁜 우리금융 발목을 잡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금융 주가가 올라줘야만 주식 교환으로 이뤄지는 자회사 편입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올해 시중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은행주가 약세를 보였다”며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등이 예정보다 늦은 지난달에서야 자회사로 편입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지주사 전환에 따른 상장폐지 직전 1만5000원 안팎이었던 주가는 2월 재상장 이후 내리막길을 탔으며 현재 1만1000~1만20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주가를 최대한 부양하려면 기존 판매 채널인 은행을 활용해 비이자 수익을 늘리는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