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와 국수주의가 살아나면서 브레턴우즈체제가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남미와 아프리카 등 인구가 많은 거대 개발도상국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자유무역 시장을 잇달아 확장하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 경제공동체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은 지난 6월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했다. FTA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EU 28개국과 남미 4개국을 합쳐 8억 명의 소비인구를 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유무역 시장 중 하나가 출범하게 된다. 양측은 10년에 걸쳐 수입 관세를 90% 이상 점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다.
28개 회원국을 보유한 EU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2%(약 19조달러)가량을 차지한다. 메르코수르는 남미 인구의 70%, GDP의 80%(약 2조8000억달러)를 확보하고 있다.
메르코수르 국가들은 이번 FTA 타결로 그동안 국제적인 통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메르코수르는 창설 30년이 다가오지만 지금까지 의미 있는 FTA를 체결하지 못했다. 개별 무역협상을 금지하는 규정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메르코수르를 통해 한국 미국 일본 등 더 많은 국가와 FTA를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프리카에선 대륙 전체를 포괄하는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협정이 발효되면서 본격적인 ‘아프리카 경제공동체 시대’가 열렸다. 아프리카 55개국, 13억 인구를 보유해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GDP 합계액은 2조달러로 추산된다. 이들은 역내 상품 90%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앤 뒤 전면 철폐까지 나아갈 예정이다. 비(非)회원국에 대한 역외 관세를 통일해 관세동맹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단일시장을 형성한다는 구상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