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줄이면 유지비도 반값으로 줄어
몸이 무거우면 여러 가지 질병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성인병이 그렇다. 그런데 주변에 먹거리가 넘쳐 나고 이른바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오히려 비만을 권장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반면 비만은 개인의 게으름 때문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이유야 어찌됐든 비만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덕분에 다이어트 산업은 해마다 성장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에 참여하는 인구도 점차 늘고 있다. 먹을 것이 풍부한 세상에 오히려 적게 먹되 몸을 많이 움직여 축적된 에너지를 소비하자는 노력이다. 그런가 하면 '먹방' 등이 쏟아지며 애써 억누른 식욕을 자극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자동차 또한 예외는 아니다. 18세기 내연기관 이동 수단이 등장한 이후 '경량화(light weighting)'는 언제나 기술 개발의 중심에 자리했다. 몸집이 가벼우면 움직일 때 저항이 적어 에너지 소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비용의 감소였고 개인 이익의 극대화였다. 더욱이 배출가스가 대기오염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경량화는 사회적 이익도 안겨줬다. 초창기 기름 값을 아끼려 시작했던 경량화가 배출가스 저감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실제 경량화를 통해 얻는 사회적 편익은 크다. 자동차 중량을 100㎏ 줄이면 이산화탄소 배출은 ㎞당 3.5~8.5g 가량 낮출 수 있어서다. 무게를 줄여 100㎞를 주행하면 평균 600g을 줄이는 셈이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은 6,600g이다. 하루 평균 18g 정도이니 자동차 무게를 줄이는 것은 환경적으로 상당한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 1년 동안 승용차 한 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2.4t이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소나무가 17그루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게를 줄이는 것은 곧 나무를 심는 것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경량화에 치중하지 않는 제조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운전자를 편하게 만들어 줄 다양한 기능이 개발되고 적용되면서 무게를 줄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증가 요인이 넘쳐 나니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곧 '경량화'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하지만 경량화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자 아예 '궁극의 경량화(Ultimate light weighting)'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생겨났다. 기존 무게에서 10%, 20%가 아니라 아예 절반으로 줄이자는 극단의 접근이다.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활용 가능한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움직임이다. 예를 들어 10㎞를 이동할 때 1ℓ가 필요하다면 이를 500㏄로 줄이는 게 목표다.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경량화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궁극의 경량화' 프로젝트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 2014년 일본 정부는 대학 및 민간 기업과 손잡고 임팩트(ImPACT)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 정부 내 과학기술혁신위원회가 중심이 돼 위험성이 높되 인류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대한 분야를 선정해 성과가 나올 때까지 연구를 지속하는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주제가 '초박막 유연 강화 수지 현실화(Realizing Ultra-Thin and Tough Polymers)'다. 자동차 무게에 가장 많은 부담을 주는 '철(steel)'과 '유리(glass)'를 가볍고 얇되 휘어지기도 하고, 충격에도 강한 플라스틱으로 바꾸자는 움직임이다. 해당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때 50% 감량이 가능할까를 두고 반신반의했지만 4년 후인 지난 10월,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 등장하자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심은 사라졌다. 도레이와 스미모토화학, 브릿지스톤 등의 소재 기업이 적극 가담해 구동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플라스틱으로 바꿨다. 탄소섬유를 활용하고, 고무의 분자구조를 바꿔 타이어 두께를 줄이고,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 투명 플라스틱을 적용한 결과다. 그 결과 절반은 아니지만 기존 대비 38% 감량에 성공했고, 해치백을 세단으로 바꾸면 45%까지 감량될 수 있음이 증명됐다.
물론 이들의 연구는 단순히 실험실에서 머물지 않는다. 영국이 자동차위원회를 통해 저탄소 연구개발에 상당한 비용을 쏟아 붓고, 그 결과물로 최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는 것처럼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경량 소재의 개발 및 확산은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모든 수단에 활용될 수 있어서다. 이른바 극강의 이동 수단 다이어트 경쟁력으로 세계 이동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한국도 다양한 이동 수단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된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곳은 제각각이다. 그러니 '4차 산업'이라고 이름만 붙이면 연구개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돈다. 4차 산업의 핵심은 결국 이동 부문(Mobility)이 주도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이제는 이동 수단 부문의 '극강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기간 성과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흔들 수 있는 거대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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