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생산-개발' 나누려는 한국지엠의 고심

입력 2018-07-27 13:00
수정 2018-07-30 14:29
-중대형 차종 연구개발 책임, 생산에도 도움될 것-노조, 회사 분리는 철수 준비...'반대'

한국지엠이 현재 법인에서 연구개발을 따로 떼어내 새로운 법인을 신설하는 방안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는 중이다. 내부에서 일부는 반대를 표시하지만 오히려 향후 생산 물량 확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무조건 반대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지엠은 왜 연구개발부문을 분리하려는 것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개발 차종의 증대 및 역할 강화다. 이미 알려져 있듯 GM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외 자산을 이미 매각했다. 이 가운데 중국은 아직까지 수출보다 중국 현지에 집중하는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한국 내 생산 및 연구개발의 역할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북미를 제외한 해외 사업에서 한국이 개발, 생산하는 차종이 GM의 해외 사업을 이끌어가는 전진 기지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과거 경소형차에 머물던 한국 내 개발 차종을 중대형 SUV로 확대했다. 한국의 연구개발 능력을 인정,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게다가 중국에서도 연구개발부문은 이미 독립돼 있다는 점을 들어 R&D의 집중력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실제 GM의 중국 사업은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별도 법인 '페이텍(PATAC)'과 생산을 맡은 합작사로 이원화 돼 있다. 연구개발 능력을 믿고 개발 차종을 확대한 GM에게 한국의 R&D는 단순히 한국 시장만을 위한 조직이 더 이상 아닌 셈이다.

이처럼 조직의 역할이 GM 내 글로벌 연구개발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연구개발부문을 한국지엠에 담아두는 것은 개발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하는 일과 역할은 GM 글로벌 내에서 이뤄지는데 반해 소속은 한국지엠으로 돼 있어 비효율적인 부문이 많았다"며 "이는 그만큼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조직 분할에 의심을 감추지 않는다. 생산에서 연구개발이 분리될 경우 향후 생산이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한국 내 개발 차종이 늘어나는 것은 결국 한국 내 생산 가능성을 함께 높여줄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제품 개발을 한국이 주도할 경우 생산 지역 배정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GM의 이런 행보는 중국의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중국 내 사업 규모를 키우려는 계획이지만 미중 무역 갈등으로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GM의 중국 사업장이 어려움에 처하면 한국지엠의 역할을 늘리고,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되고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면 중국의 역할을 늘리는 지렛대 전략인 것이다. 연구개발의 분리가 이뤄지는 점을 두고 바라보는 시선의 해석 차이가 생긴 배경이다.

그럼에도 연구개발의 분리는 GM이 선택한 한국지엠의 미래 발전 방안 가운데 하나다. 경소형에 머물지 않고 연구개발 차종을 늘린 것도 그만큼 개발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연구개발 기반이 구축될수록 GM의 해외 사업장 내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점에서 법인 분리는 또 하나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게다가 자동차사업에 있어 '개발-생산-판매'는 점차 분리되는 것 자체가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다. 결국 지금으로선 GM의 한국지엠 연구개발 분리 전략이 한국지엠의 신차 생산 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형을 바꾸는 게 최선이다. 한국지엠 생산의 경쟁은 중국 내 GM 합작 공장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칼럼]배출가스 등급제, 지금 타는 차 문제 없나▶ [하이빔]아우디코리아, '평택 에디션' 어찌하리오▶ [하이빔]자동차, '세금 vs 환경' 누구 손 들어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