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저축의 날 역사의 뒤안길로…금융역할 변화 반영

입력 2016-10-25 18:36
저축의 날이 올해부터 금융의 날로 공식 대체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금융산업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이 출현한 영향도 있지만 내수 위축을 타개하고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소비 촉진 정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저축만을 장려하는 게 모순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결과다.



25일 금융위원회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제1회 금융의 날 행사를 열고 성백종 부평경찰서 경위 등 저축 및 금융개혁 관련 유공자 216명에게 포상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3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매년 10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열리는 저축의 날 행사를 금융의 날로 바꾸기로 한 바 있다.



금융위는 "1964년 시작한 저축의 날 행사는 그동안 저축의식을 고양해 경제개발자금 조성과 국민 재산형성에 기여해왔다"며 "최근에는 국민 재산형성 방식이 저축뿐 아니라 펀드 투자 등으로 다양화하고 금융의 역할도 기술금융, 보험투자자본, 서민금융 등으로 확대돼 금융환경과 그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저축의 날 무용론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수익구조가 다각화한 외국 은행들과 달리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를 통해 수익의 대부분을 유지하는 국내 은행들은 저금리가 본격화한 후 예·적금유치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저축의 날을 전후해 우대금리를 주는 특판 예·적금을 출시하는 은행들이 여럿 있었으나, 올해는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000030]이 각각 '통합 1주년'과 '민영화 성공 기원'을 기념해 특판 예금을 내놓았을 뿐이다.



그마저도 최고 금리가 연 1.7%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하다.



정부는 저축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소비를 권장하고 있다.



저성장 기조 속에 내수 회복을 위해 코리아 세일페스타 개최 등 단기적인 소비진작책을 짜내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을 권장하는 목소리는 실종된 지 오래다.



정부가 국민재산 증식을 위해 지난 3월 예·적금은 물론 펀드나 파생결합증권을담을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내놓으며 7개월간 가입실적이 3조원에머물러 세제혜택까지 부여한 상품치고는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 입장에서도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 저축할 여력이 감소하면서 저축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든 지 오래다.



1990년대 이전에는 대출금리가 워낙 높고 대출 자체가 쉽지 않았던 탓에 가계가허리띠를 졸라매고 차곡차곡 돈을 모아 전세금과 주택자금을 마련해야만 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저축만으로는 주택가격을 감당하기 어렵게 됐고,저금리 기조에 접어든 후에는 대출을 통해 주택을 미리 구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경제 여건과 금융환경 변화로 과거처럼 저축을 무조건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 정신만은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금융의 날 행사 기념사에서 "우리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저축에 나섰고 이렇게 마련된 소중한 자금은 산업화 기적의 밑거름이 됐다"며 "이제는 저축의 의미와 정신은 살리는 가운데 금융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인식을제고하여 금융 선진화를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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