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차원, 속도조절 안한다"…뾰족한 대책 없어 딜레마
금융당국이 올해 들어 급증세를 보이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과 관련해 시중은행을 상대로 점검에 나섰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지난달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기업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을 상대로 자영업자 대출과 관련한 대출현황과 여신심사 실태 등을 공동으로 점검했다.
올해 들어서만 자영업자 대출이 23조원 넘게 느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51조2천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규모다.
자영업자 대출은 명목상으로는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가계부채와 경계가 모호해 '숨은 가계부채'로도 불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그동안 가계대출에 주로 관심이 쏠리면서 자영업자 대출 점검에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고 공동검사 배경을 설명했다.
금감원과 한은은 검사결과를 토대로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 배경과 부실화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자영업자 대출 점검 여파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돈을 빌리는 일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집단대출 관련 점검에 나선 시기를 전후해 은행들이 집단대출심사를 강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과 관련해 건전성 점검 차원에서만 들여다봤을 뿐 인위적인 속도조절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수회복 부진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대출이 늘고 있는데 증가속도가 빠르다고 무턱대고 '대출 옥죄기'를 했다가는 안 그래도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더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 대출이 은행 건전성을 해칠 정도로 부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며 "인위적인 속도조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잠재된 위험은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 소득이 경기 부진으로 감소하면 채무부담 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일반 가계대출보다 원리금 상환부담이 높은 데다 만기 일시상환식 대출 비중이 높아 부채의 질도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는 자영업자 대출을 제어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없다는 점이다.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안심전환대출 출시와 분할상환 유도 등으로 부채의 질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이런 대책 마련도 쉽지 않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 자영업종이 포화한 상황에서 무리한창업이 잇따른 것이 결국 과도한 부채를 낳는 측면이 있다"며 "결국 장기적으로는자영업 비중 축소와 같은 산업구조 개편으로밖에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자영업자 대출 증가의 배경에 임차보증금 및 임차료 부담 증가가 놓여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정책보증 확대 등으로 임차료 부담을 간접적으로 줄여주는 것이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