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KB국민카드 콜센터에 근무하는 몇몇 직원들은 그야말로 악몽같은 일을 겪었다.
콜센터로 회원 A씨의 전화가 걸려오면서다.
A씨는 안내 직원이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고는 성적인 모욕감을주는 발언까지 쏟아냈다.
처음부터 민원이나 요구 사항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해당 직원이 겨우 통화를 끝냈지만 A씨는 집요했다.
A씨는 그로부터 8차례나 더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날만 모두 9명의 직원이 A씨의 무차별 욕설과 성희롱에 시달려야 했다.
A씨의 폭언을 들은 직원 9명은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고 그 중 1명은 퇴사 의사를 밝혔다.
KB국민카드는 감정 노동자로 분류되는 콜센터 상담 직원에게 이처럼 욕설을 퍼붓고 성적 모욕감을 준 회원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1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담원들에게도 인격이 있다"며 "A씨의 모욕과 성적 희롱 행위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통화 내용을 녹취한 걸 들어보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덧붙였다.
금융회사들은 그간 콜센터 직원들이 욕설을 듣거나 성희롱을 당해도 쉽게 대응하지 못했다.
해당 고객이 금융당국에 불친절 등을 문제 삼아 민원이라도 넣으면 금융기관 평가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금융회사들 사이에 악성 고객에게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금융권의 대표적인 감정 노동자인 콜센터 직원과 선의의 고객을 모두 보호하기위해서라도 악성 고객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전국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6대 금융업권 협회와 함께 문제행동소비자(악성 민원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회사 임원과 실무진도 참여하는 TF는 현재 문제행동 소비자에 효과적으로대응하는 방안을 담은 표준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고객에게 법적으로 대응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상담원에게 지나친 모욕을 주는 행동에 경종을 울리자는 차원에서 고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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